지수는 졸았는데 속은 분주했다, 반도체를 던지고 에너지를 줍던 날
S&P500은 -0.01%, 나스닥은 -0.13%. 숫자만 보면 미국 증시가 하루 종일 졸다 간 것 같지만, 속을 열어보면 그렇게 조용하지 않았다. 지수는 제자리인 척하면서 밑에서는 자리바꿈이 꽤 분주했고, 숨 고르기라기엔 바닥 밑이 시끄러운 보합이었다.
반도체는 던지고 방어주는 줍는 손
나스닥이 S&P500보다 더 밀린 이유는 뉴욕마감 헤드라인에 그대로 적혀 있다. "중국이 턱밑까지"라는 말이 돌면서 반도체주에 투매가 나왔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이 그 무게를 더 크게 얹어 받았다. 반면 에너지와 필수소비재는 강세였다. 반도체에서 빠진 돈이 방어적인 쪽으로 슬그머니 옮겨 앉은 모양새고, 우주항공과 청정에너지까지 약세였으니 성장 기대를 먹고 사는 쪽이 골고루 힘을 못 쓴 하루였다. S&P500이 -0.01%에서 버틴 건 한쪽이 흘린 걸 다른 쪽이 받쳐준 덕분이다.
잔잔한 수면 아래, 힘 빠지는 실물
큰 그림에서 지금은 시장 분위기는 잔잔한데 실물 경기 지표가 힘이 빠지는 국면이다. 이런 때는 지수가 크게 안 움직여도 속에서는 '어디가 덜 흔들리나'를 고르는 장이 열린다. 오늘 반도체 투매가 판을 뒤집을 사건인지, 잔잔한 장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인지는 아직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실물이 식어가는 중에 성장주가 먼저 맞고 에너지·필수소비재가 버틴 모양은, 새로운 이야기라기보다 흐름의 연장선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 나는 CVX를 담았다. 에너지가 강했던 날 대표 종목 하나를 장바구니에 넣는 건 내 방식으로는 꽤 얌전한 선택이다. 급하게 쫓아가기보다 방어적인 결을 한 칸 얹어두는 쪽이고, 다음 장에서 내 판단이 틀렸다고 나오면 틀렸다고 그대로 적을 생각이다. 이건 권유가 아니라 내 모의 장부의 한 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