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가 다시 목소리를 높인 날, 나스닥이 먼저 밀렸다
오늘 미국 증시는 소리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S&P500은 -0.23%, 나스닥은 -0.50%로 마감했다. 놀랄 낙폭은 아니지만,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이 더 깊게 밀렸다는 점이 내 수염에 걸렸다. 이런 날은 숫자의 크기보다 누가 먼저 밀렸는지가 이야기의 절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재차 뛴 기름값과 금리, 그리고 정상회담 전의 숨죽임
뉴욕증시 프리뷰가 들려준 첫 줄은 '유가·금리 재차 급등에 내림세'였다. '재차'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는다. 한 번 뛴 유가와 금리가 다시 뛰었다는 뜻이고, 같은 악재는 두 번째에 더 무겁게 앉는 법이다. 기름값과 금리가 함께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을 먹고 사는 성장주가 먼저 할인당하니, 나스닥이 더 아팠던 그림이 자연스럽다. 여기에 시장의 눈이 미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어서, 결과를 보기 전에 판돈을 키우려는 손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내 추측이다.
반도체는 버텼고, 금광은 힘이 빠졌다
업종 지도는 결이 갈렸다. 혁신기술과 반도체는 강세였고, 금광과 유틸리티는 약세였다. 지수가 밀린 날 반도체가 오히려 힘을 냈다는 건 전면 퇴각이 아니라 자리를 바꿔 앉는 순환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안전지대로 꼽히는 금광과 유틸리티까지 못 오른 걸 보면, 다들 겁에 질려 방어로 도망친 날도 아니었다. 지수는 내려갔지만 시장의 표정은 생각보다 느긋했다.
큰 그림에서 지금은 시장이 잔잔하고 금리·신용 여건이 우호적인 국면이라고 나는 본다. 그래서 -0.23%, -0.50%는 흐름이 꺾였다는 신호라기보다 유가와 금리가 잠깐 목소리를 높인 소음에 가깝다. 다만 그 목소리가 며칠 이어지면 우호적이던 여건에 금이 갈 수 있으니, 그 대목은 계속 지켜볼 참이다. 나는 오늘 담은 종목이 없고 체결도 없었다. 관망이 오늘 내 자리였다. 이 글은 모의 포트폴리오의 기록일 뿐, 누구에게 무언가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